OP 센터(OP Center)

 

저  자 : 톰 클랜시, 스티브 파체닉
출판사 : 서적포
출판일 : 1995년 4월 15일
권  수 : 전 2권

가  격 : 각 4,800원


  

Operation Center는 대통령 직속의 비밀 정보부로, 고도의 군사 방어 체제와 지능망을 갖춘 기술의 심장부이다. 자체적으로 기동 타격대를 보유하고 있으며, 분쟁 지역에 급파되어 직접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는 것이 주요 임무이다.

 

  북한 핵무기의 위기가 해결된 후 남북한 간에는 평화 분위기와 통일 논의가 무르익는다. 그러던 중 구총독부 건물이 철거된 후 경복궁 앞에서 열린 광복절 기념식에서 폭탄 테러가 발생해 수백 명이 죽거나 다친다. 다행히 대통령이 도착하기 전에 폭탄이 터져 대통령은 무사하다. 주변을 조사하던 안기부는 근처에서 북한군의 군화 자국과 기타 단서를 발견한다. 그러나 안기부 차장 김종환은 북한이라는 단서가 너무 쉽게 발견돼 오히려 이를 의심한다.

  사건 발발 직후, 용산의 미군 기지에서는 한국군에 의해 화학 무기가 반출되어 서부전선 모처로 이동된다(절차와 증명서는 완벽하다). 또, 한일간 페리호에서 북한으로 운반되던 돈이 강탈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돈을 강탈한 살인범들은 한반도 동부의 북한 지역(금강산 인근)으로 잠입한다.

  한편, 미국에서도 이 일을 조사하면서 군의 경계령을 높힌다. 대통령의 명령을 받아 폭탄 테러에 대한 전권을 부여받은 OP 센터에서도 이 일을 조사하는 중 센터는 물론, CIA, NRO(국가 정찰국) 등의 컴퓨터망과 감시 위성 체계가 19.88초 동안 다운되는 사태가 발생된다. 컴퓨터가 재부팅 된 후 위성으로 들어온 사진에는, 놀랍게도 북한군의 대규모 이동이 찍혀 있다. 위성 사진을 확인하게 위해 북한 영공을 정찰하던 미군 정찰기가 사전 경고 없이 격추되면서, 미국내에서는 북한에 대한 강경 기조가 주류를 이룬다. F117에 의한 북한 사리원 공군 기지(정찰기를 격추한 미그기의 기지)가 폭격당하는 등 전쟁 일촉 즉발의 상황으로 치닫는다.

  그러나 OP 센터 국장인 폴 후드는 이런 모든 사태에 의심을 품으면서, 사건을 풀기 위해 노력한다. OP 센터가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12명의 기동 타격대가 이미 한국으로 출동하였으며, 국장은 OP 센터의 한국 담당 고문(전직 정보부원이자 주한대사였으며, 그의 한국인 부인이 이번 폭탄 테러에 희생되었다.)으로 당시 현장에 있던 그레고리 도날더에게도 사건 해결을 부탁한다.

  OP 센터의 컴퓨터 전문가는 컴퓨터가 다운되어 있던 동안 정체 불명의 위성 사진이 끼어들었으며 이것은 남한에서 보내온 자료에 묻어온 바이러스에 의해 촉발된 것임을 확인한다. (원래 위성 사진은 0.8955초마다 입수되는데, 위조 사진은 0.8956초에 입력된 것이 들통난다.) 도날더는 판문점에 있던 북한군 장군을 비공식으로 만나 북한이 진정 이번 일에 개입했는지 알려고 한다. 안기부 차장도 이미 정체를 파악하여 감시하고 있던 여간첩을 체포해 북한이 이 일에 개입했는지에 대해 문의하게 하여, 결국 북한은 별다른 관련이 없음을 알게 된다.

  한미 양쪽에서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오자, 테러의 주범이었던 한국군 이영길 소령은 판문점 인근의 북한군 막사에 화학 무기를 설치한 후, 도널더와 회담할 북한군 장성에 대한 암살을 기도한다. 그러나 도널도에 의해 막사에 대한 화학 무기 공격은 무위로 끝나고(도널드는 이 일로 사망한다.), 미군 감시 위성의 도움으로 이영길 소령은 사살된다. (위성으로 이영길의 얼굴을 확인하는데, 아무리 정찰 위성이 발달했어도, 이것이 가능한지는 의문이다.)
  한편, 동부 전선의 금강산 근처의 노동 미사일 이동 기지에 잠입한 기동 타격대는 미사일이 일본을 향해 발사되려는 것을 보고, 경악한다. 북한의 일부 세력에 대한 매수와 자발적 협조를 통해 침투한 한국군 선대령(이영길의 상관으로, 페리호 암살을 일으킨 장본인) 일행에 의해 벌어진 일이었다. 기동타격대는 한국군 일당을 사살한 후, 북한군의 도움을 받아 발사 직후의 노동 미사일을 파괴하는데 성공한다.

  결국 이번 사건은 한반도 통일의 움직임에 위기감을 느낀 남북한 양측의 극단주의자들에 의해 벌인 일로 판명되면서, 양측의 배후에 대한 수사에 착수한다. 한반도 통일에 반대하는 한국 내 일부 군부 세력이 미국을 끌어들여 북한을 타도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북한군을 위장해 각종 대남 테러행위를 일삼았다는 것이 밝혀진 것이다. 북한의 일부 세력도 통일에 반대해 남한의 극우 세력에 협조하였다. (대체로 극좌와 극우는 통하는 법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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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과 같은 줄거리를 가진 이 소설은 <OP 센터>라는 일련의 시리즈의 첫번째 책이다. 현재 미국에서는 총 5종(?)의 책이 발간되었다고 하는데, 우리 나라에서는 이 책과 함께 두번째인 <미러 이미지>라는 책이 번역되어 있다고 한다. 우리 나라에 번역된 톰 클랜시의 책의 모두 다 읽었다고 자부했는데, <미러 이미지>는 톰 클랜시에 대한 자료를 찾아보기 전에는 있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하긴 당시에는 인터넷도 없어, 이런 류의 자료를 검색하는 것조차 거의 불가능했다는 사실로 자위한다.

 

  이 책은 톰 클랜시가 한국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다룬 유일한 책이다. <적과 동지> 등의 작품에는 간단하게 언급되고 있기는 하지만, 한국을 무대로 쓰여진 것은 이것이 처음이다.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대한 자료 조사는 충분히 했다는 인상을 준다. 몇몇 버그는 등장하지만, 양념으로 등장하는 휴전선에서의 깃대 높이기 경쟁 등 기본적인 사실 조사는 충실한 편이다. 하긴, 테크노 스릴러의 가장 우선적인 덕목이 사실성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이 정도 자료 조사는 의당 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톰 클랜시 소설의 일반적 기법(의미를 알 수 없는 여러 사건들이 대단원에서 결집되는 형태)에 비하면, 이 소설의 복선도  단순한 편이고, 군사적인 지식도 별로 사용되지 않았다. 군사물이 아니라, 첩보물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그래서인지 사실 내가 읽은 톰 클랜시의 작품 중 가장 재미없는 작품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이 책을 두번이나 읽었는데도(옛날에 읽었지만, 이 글을 쓰기 위해 다시 한번 읽었다.), 도대체 OP Center가 어떤 성격의 기관인지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겠다. CIA처럼 정보기관도 아니고, 군 정보기관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자정보 수집기관도 아니다. 또한 특정한 일을 처리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조직되는 태스크 포스팀도 아니다. 상시적으로 존재하는 기관으로서 특정한 위기가 발생하면 이를 해결하는, 위기 관리 센터라는 것인데, 과연 이런 조직이 존재해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합참이나 국방성 등의 상황실에서도 충분히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다양한 정보 조직들이 조직 이기주의나 기타 이유 때문에 업무 협조가 잘 안 되기 때문에 이를 통괄할 수 있는 조직이 필요하다고 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다른 정보 기관이나 국방성 등과는 동급의 조직일 뿐으로, 업무를 분장하고, 통제하는 기능은 없다. (물론, 이 책에서는 대통령의 명령으로 남한 사태에 대해 책임지고 처리하는 것으로 나타나지만, 모든 사안이 다 그런 것은 아니다.)

 

  번역도 비전문가가 맡았다는 것이 종종 눈에 띤다. 군사적인 내용이 그렇게 많이 나오지 않기 때문에 심각한 오류는 없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코메디같은 번역이 없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북한의 중화기 군단을 설명하면서 친절하게 괄호 안에 박격포나 기관총 등으로 무장한 부대라고 부연 설명하고 있다. 문맥으로 비춰보건대 815, 820 기계화(기갑) 군단 등을 가리키는 것이라 짐작되는데, 역자는 기계화 군단에 대해 무지해 소총 아닌 모든 병기가 중화기인 것으로 알고 있다.

  톰 클랜시가 실수한 것도 많다. 1950년대 초에 한국 정보부의 틀이 잡아졌다는 내용이 있는데, 한국의 중앙 정보부(국가 안전기획부)는 1961년 5. 16 쿠데타 이후 김종필에 의해 창설되었다. 설마, 중앙 정보부 이전의 이승만 정권 하에서 정치 공작으로 유명한 특무대를 가리키는 것은 아니겠지... 또, 남북한 공히 100만이 넘는 인원이 밀집되어 있는 휴전선 인근을 너무 제집 드나들듯 하는 것도 사실성에 의문이 간다. 땅굴이나 낙하산 심지어 수상 비행기로 침투하고 있다. (혹시, 이렇게 쉬운 것이 사실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런 버그나 오역보다 더 심각한 것이 바로 한국과 미국과의 근본적 관계에 대한 의문이다. 톰 클랜시는 한국을 마치 미국의 충실한 제자 혹은 양자처럼 취급한다. 안기부 차장인 김종환은 전쟁 고아로 도널더에 의해 양육받다시피 한 사람이라는 설정은 바로 이러한 관계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대목이다. 이것은 미국인이 쓴 소설이니까 미국 만세이며, 미국이 세계 평화를 주도하며, 악한 무리를 쳐부수는 정의의 사도라는 시각은 이해할 수 있다고 하자.

  더 심각한 것은 과연 한국에서 전쟁을 결정할 주체가 누군인지에 대한 의문이다. 폭탄 테러가 일어난 곳은 한국이며, 사망자도 대부분 한국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마치 자국내에서 테러가 일어난 것처럼 인식하고, 북한에 대한 공격을 당연한 것처럼 결정하고 있다. 한국은 국내에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의사 결정과정에서 소외되어 있을 뿐이다. 이 소설대로라면 한국은 미국의 식민지일 뿐이다.

  북한 핵위기가 해결된 후 미국 쪽의 자료가 얼마 전부터 슬슬 흘러나오고 있다. 물론, 흘러나오는 자료들이 미국 내 매파와 비둘기파의 언론 게임에 의해 흘러나오는 것이 많기 때문에 해석에 주의가 필요하다. 하지만, 공통적인 것은 북한 핵위기의 해결에서 한국 정부는 철저하게 소외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이는 김영삼 정부 당시 강경과 온건으로 오락가락하던 대북 정책이 미국에 의해 철저하게 외면받았기 때문(쉽게 말해, 한국 정부는 못믿을 놈이라는 소리다.)이기도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한국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나 태도에 기인하는 것이다. 한반도 문제는 우리의 문제가 아니라, 미국의 세계 전략의 일환으로 결정되는 것이다. 당시를 반추해 보건대, 제2의 6. 25는 청와대의 회의에서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백악관에서 결정되는 것이었다. 미국에 지나치게 종속되어 있는 약소국 한국의 현실이 서글플 뿐이다.

 

  사족 하나. 톰 클랜시의 작품 중 처음으로 내가 줄거리를 요약했다.

 

  사족 둘. 이제 <미러 이미지>만 소개하면, 톰 클랜시의 국내 번역본은 거의 다 소개한 것이 된다. <레인보우 식스>는 원서 상태로 수입 판매되었다고 한다.

 

2000년 5월 23일 작성